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시뮬레이션이란, 복잡한 문제나 사회 현상 등을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실제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모의적으로 실험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을 일컫는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 공학 분야, 특히 주조 분야에서도 이 시뮬레이션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사이버설계그룹이 ‘주조공정 ICT기술 고도화를 위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시뮬레이션,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기술

주조 분야에서 시뮬레이션 기술의 핵심은 현장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어떤 조건에서 불량이 생기지 않는지 예측해보거나, 새로운 제조공법을 적용하기 앞서 실제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공정을 미리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제조 환경이 날로 복잡해지고 제조공법 또한 조금씩 변화하며 다양한 해석을 요구하게 됨에 따라 시뮬레이션 기술이 더욱 각광받고 있는 요즘, 사이버설계그룹 김정태 수석연구원팀의 ‘주조공정 ICT기술 고도화를 위한 플랫폼’ 기술은 이런 다양한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시작되었다. 사실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약 25년 전부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졌고 어느 정도 수준에서 패키지화되어 판매·보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제조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공법, 속도, 사용자 편의성 등을 고도화시킬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에 따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시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온 것이다. 주조 분야에서 해석은 크게 유동해석과 응고해석으로 나뉠 수 있다. 유동해석이란 녹인 금속을 틀에 붓는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또 흘러들어가는 과정에서 문제되는 점은 없는지를 보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틀이 차는 과정부터 온도변화와 식는 순서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응고해석은 액체 형태의 금속이 고체로 변할 때 생기는 문제를 파악한다. 특히 액체는 고체로 변할 때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외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부품의 경우 액체화된 금속이 고체화되면서 비는 부분이 생기면 강도가 낮아지거나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내부에 가장 늦게 응고하는 부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온도를 예측하고 가장 늦게 응고하는 부분을 찾아내 냉각을 시켜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약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생산현장에서 직접 실험을 할 수밖에 없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험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김정태 수석 연구원이 이번 기술 개발에 있어 생산현장에서의 불량을 낮추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기술로 업그레이드 된 ‘Z-CAST’

이번 ‘주조공정 ICT기술 고도화를 위한 플랫폼’ 기술은 3년 과제로 현재 마지막 3차년도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사이버설계그룹 내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과제로 많은 연구원들이 투입돼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술은 일명 ‘Z-CAST’라는 전체 프로그램 안에서 이뤄진 기술로 세부적으로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이종금속 접합주조’가 있다. 기존에는 틀에 한가지의 금속액체를 붓기만 했다면, 최근 새롭게 시 도되는 주조방법 중, 틀 안에 다른 금속소재의 고체를 먼저 붙이고 난 뒤 주조(액체)를 채워 고온으로 붙게 만드는 기술이다. 고체와 액체가 뒤섞여 굳는데다 서로 다른 금속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에 매우 까다로운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열물성치’ 계산 프로그램이 있다. 시뮬레이션 기술에는 반드시 데이터가 필요하다. 소재별로 특성 데이터가 따로 있는데, 문제는 규격에 따라 정해지는 소재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소재에 실리콘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4% 실리콘’이라 부른다고 가정할 때, 이 4%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회사마다 관리 규격이 달라 3.5~4.5% 범위 안에 드는 것을 그냥 4%라 표기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리콘이 얼마나 함유되었냐에 따라 소재의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양으로도 그 데이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세밀한 성분원소들이 포함된 소재를 일일이 실험해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는데 이를 프로그램 상에서 구현해 낼 수 있게 됨으로써 적용소재를 다양화하고 한계를 없앴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세 번째로 ‘병렬연산’을 들 수 있다. 최근 컴퓨터는 CPU(중앙처리장치)와 코어의 발달로 처리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과거 하나의 코어가 다중작업을 할때,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해야 했기에 속도가 더뎠다면, 최근에는 코어의 개수가 늘어나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문제는 일의 분산 명령에 있다. 예를 들어 8개 코어에서 두 개의 작업을 하면 단 두 개의 코어에서만 작업이 이루어지고 나머지 6개 코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를 사용자 명령을 통해 모든 코어가 투입된다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기에 스스로 비어 있는 코어를 확인하고 남아 있는 코어에 적절히 일을 할당할 수 있는 자동분산처리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STL 파일 오류 검출 및 자동 수정’이 있다. 보통 캐드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델링 데이터를 만들어 해석프로그램이 인식하도록 하는데, 캐드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가 많다 보니 회사별로 캐드 데이터들 역시 다양해 해석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된 형식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STL 파일인데, 쉽게 말해 어떤 사물을 삼각형 형태로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균일하지 못한 삼각면으로 표현이 돼 오류가 발생했고 이 삼각면을 균일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즉, STL 모델링 오류를 검출하고 자동으로 수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이다.

프로그램 보급·확산에 앞장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이루어진 다양한 개발 기술들은 현재 기존에 개발된 ‘Z-CAST’ 프로그램 내에 패키지화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프로그램이 중소기업 전반에 많이 확산되어 실사용 자들이 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적 측면과 프로그램을 다루는 인력에 한계가 있어 실제로는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김정태 수석연구원팀은 프로그램을 빌려 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클라우드환경을 이용해 사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만 해도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009년부터 이러한 프로그램을 구축해왔으며 ‘Z-CAST’ 이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며 주조뿐 아니라 열처리, 금형, 소성가공, 표면처리, 용접 등 6대 생산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기술 개발을 넘어 사용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주조공정 ICT기술 고도화를 위한 플랫폼

| 주요 기능 |
• 이종 금속 접합 주조공정 해석기술 개발
• 병렬연산 개발
• 열물성치 계산 기술 개발
• STL 파일 오류 검출 및 자동 수정

| 이용방법 |   홈페이지(http://jejoup.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