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결국 모든 것은 통해야 한다. 사람도, 환경도, 심지어 사람이 만든 아주 미세한 기술까지도. 통하고 연결되면 세상이 더욱 넓어지고 시야는 확보된다. 금형기술그룹 이성희 수석연구원으로부터 ‘초박판 심(SIM) 카드 금형 개발기술’을 지원받은 ㈜에이프로. 스마트폰 등의 스마트 전자기기 내부에 자리 잡은 커넥터를 만드는 기술이었다. 하나의 스마트폰에는 크고 작은 커넥터 15여 종이 들어가는데, 갈수록 얇고 작은 커넥터가 요구되면서 이를 만드는 금형 기술 역시 까다로워지는 현실 속에서, ㈜에이프로 김영세 대표는 이성희 수석연구원의 연구실을 노크했다. 기업에 흔쾌히 연구실 문을 활짝 연 이성희 수석연구원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줌으로써 산적한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에이프로는 초정밀 커넥터와 금형 제작 및 사출 생산을 주로 하는 기업이다. 주로 스마트폰과 TV에 들어가는 커넥터를 만드는 에이프로는 2010년 9월 법인 설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에이프로 김영세 대표는 “아파트 공장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하는데 있어 생기원의 도움이 컸다”는 감사의 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영세 대표와 금형기술그룹 이성희 수석연구원이 연을 맺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한 정부 과제를 진행하면서다. 당시 다른 기업의 실무 부장으로 활동하던 김영세 대표는 이성희 수석연구원으로부터 금형 기술에 대한 조언을 받았고, 당시 기술 조언을 받은 김 대표는 이 수석연구원에 대해 ‘진짜 실력자’라고 생각하며 감탄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년 후, 김영세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고 회사를 설립하자마자 이성희 수석연구원의 연구실을 찾았다. 회사 설립은 9월, 생기원을 찾아가 기술 자문을 얻기 시작한 건 같은 해 12월이었다. “부천금형기술센터 복도에서 다시 마주친 사이”라며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되던 당시를 회상하던 이성희 수석 연구원은 “당시 센터가 있던 단지 내 광장에서 오고가며 얼굴을 자주 봤다. 어쩌다 보니 틈나면 커피 한잔 하며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가 됐다”고 이야기 했다. 이를 계기로 이성희 수석연구원으로부터 ‘초박판심(SIM) 카드 금형 개발 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자문 을 받기 시작했다는 김영세 대표.

“스마트폰 기술이 발달하면서 커넥터는 점점 작아지고 정교해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금형 기술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좋은 내구성을 갖는 얇은 커넥터를 만드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에요. 생기원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성희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하나의 커넥터 금형을 만들 때 실패 비용이 꽤 많이 소요된다. “일정한 틀에 용액을 부어 제품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형이 한 번 만들어지면 최적화를 위한 수정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 이 수정 작업이 적게는 30번에서 많게는 130번까지 반복돼, 수리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성희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금형의 수정사항에 대해 벤더와 기업 간 긴밀한 협조와 합리적인 비용 지불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의 경우 대부분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있다”며 “이때 소요되는 비용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때문에 이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생기원 기술 지원으로 더 큰 미래 기대

이성희 수석연구원은 “생기원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이 많기 때문에 이 기술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는 “30~130번 소요 되는 수정 작업을 10번 이내로만 줄여도 최소 30%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라며 “이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된 것이 시뮬레이션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 기술이란, 이름 그대로 금형 제작 과정을 가상의 상태에서 직접 시도해 보는 작업을 의미한다. 일명 ‘버추얼 매뉴팩처링 시뮬레이션(Virtual Manufacturing Simulation)’이다. 이성희 수석연구원은 “지금도 많은 기업이 금형을 만들 때 고전하고 있다. 커넥터가 너무 얇아 완전한 제품 성형을 위한 금형 설계 및 제작이 매우 어렵고 결과적으로 많은 수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먼저 시도하면 수정 횟수를 대폭 줄일 수 있어 효율과 능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이야기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커넥터를 만들 때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제품의 성형 두께가 워낙 얇고 두께 편차(200~600미크론)가 크다는 점이었다. 얇은 틈으로는 물도 들어가기 힘든데, 여기에 끈끈한 플라스틱 사출액을 넣는 건 더 힘든 과제다. 게다가 주입에 성공했다고 해도 사출액이 내부에서 골고루 퍼지지 않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는 이성희 수석연구원.

“제품이 휘어지지 않도록 만들고, 금형 제작 시틀 내부를 사출액으로 잘 채우기 위해서는 사출구를 어디에 뚫어야 하는지 정밀하게 계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중국 사람들의 경우 맨 처음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1년 반이 걸렸다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기술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저기 사출구를 뚫을 수도 없어요. 제품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사출구를 이용해 평평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 기업 측이 성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값을 제시했고, 우리 생기원에서는 그 범위 값에 들도록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런 명확한 요구가 있었기에 빠른 해결이 가능했어요.”

생기원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비용과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김영세 대표는 “기업 홀로 연구했다면 실패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생기원 기술 지원이 있었기에 런너리스(Runnrless) 금형까지 이룰 수 있었다”고 전했다.

런너리스란, 일반적인 성형 공정과 달리 스프루와 런너의 수지가 항상 용융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여 수지의 낭비를 없애고 성형품의 추출이 용이하도록 한 방식으로 쉽게 말해 사출구 입구에서 버려지는 사출액을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덕분에 생산성은 기존 대비 800% 증가할 수 있었고 수지비는 기존 대비 50% 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 김영세 대표는 “정부에 속한 연구기관이라고 하면, 다소 딱딱하고 접근 장벽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라며 “하지만 이성희 수석연구원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이 모두 없어졌다. 기술력과 인자함을 모두 갖춘 이성희 수석연구원 덕에 지금의 에이프로를 만들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에이프로는 앞으로 커넥터가 필요 없는 와이어리스(Wireless) 시대를 대비해, 다양한 후속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변화하는 미래를 대비하는 에이프로와 이성희 수석연구원. 그들의 기술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 기술이 담겨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