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대기환경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 질소산화물(NOx). 산성비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사람의 호흡기를 자극하고 건강에 극심한 폐해를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지면서 많은 선진국은 이를 규제하기 위해 법규를 도입했다. 지난 2015년에는 ‘유로(EURO) 6’로 인해 배기가스 규제 기준이 강화되는 등 질소산화물에 대한 법규제가 엄격해졌고, 이를 제거하는 대기정화 촉매 제조기술의 필요성 역시 강조됐다. 생기원 울산지역본부 친환경3R그룹의 김홍대 선임연구원은 이전에 없던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효율 높은 SCR 탈질촉매를 개발하고 있었다.

대기정화 촉매가 하는 일

최근 산업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전소와 플랜트, 자동차와 선박 등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기질은 계속 나빠졌고 삶의 질 역시 악화됐다. 쉼없이 달려온 세계의 고도성장이 가져온 부작용이었다. 계속 악화되는 대기 환경 속에서 세계 각국은 질소산화물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브레이크 걸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많은 기업은 질소산화물 제거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기오염물질 중에서도 질소산화물에 대해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이유는 가장 많은 배출량을 차지할 뿐 아니라 그 피해 양상 역시 극심하기 때문이다. 질소산화물은 높은 온도에서 연료가 연소할 때 질소와 산소가 반응해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연료를 태울 때 자연스럽게 고온의 환경이 만들어지는 만큼 질소산화물 발생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그저 방관하기에는 산성비와 생물 발육 저하 등 인류가 겪는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를 줄이려는 노력은 반드시 진행돼야 했다.

질소산화물을 줄이려는 다양한 연구 속에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는 ‘SCR(Selective Catalyst Reduction) 탈질촉매’ 분야다. SCR은 환원제를 질소산화물과 혼합함으로써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수증기로 환원시키는 기술이다. SCR이 활용되는 분야는 다양하다. 각종 발전소뿐 아니라 석유와 화학플랜트, 조선과 자동차 등 용도에 따라 크기와 성능을 달리한다. SCR이 질소산화물을 저감시키는 원리는 결국 촉매의 역할과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앞서 언급했듯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250~400℃의 촉매 표면에서 암모니아를 만나게 되면 질소산화물이 질소와 물로 환원되는 것이다.

원하는 오염물질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SCR

SCR을 이해하기 전, 먼저 필터와 촉매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필터는 용어 그대로 일정 물질을 걸러주는 장치를, 촉매는 본인은 바뀌지 않은 채 다른 물질을 바꿔주는 중개 물질을 뜻한다. 간혹 SCR을 ‘필터’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질을 단순히 거르는 것을 넘어 화합물을 환원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SCR은 필터가 아닌 촉매다.

최근에는 SCR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이를 개발하려는 각 기업의 움직임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요구하는 SCR 효율도 더욱 까다로워졌다. 김홍대 선임연구원팀은 여러 과제에 직면한 SCR 성능을 높이는 데 주안을 뒀다. 그렇다면 기존 SCR의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이를 언급하기 전, 먼저 기존 SCR의 성분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SCR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담체인 티타늄으로 전체의 89%를 이뤘다. 주촉매인 바나듐은 1%, 조촉매인 텅스텐은 10%를 차지했다. 이러한 물질 비율은 SCR이 처음 시작된 1970년, 일본에서 만들어낸 배합 그대로다. 지금까지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물질 배열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것이다. 김홍대 선임연구원팀은 바로 이 지점부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사용하는 물질은 바꾸지 않더라도, 배열된 양을 조금씩 조정하면 효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을 가진 것이다.

기존의 배합이 가져오는 문제는 결국 가격이다. 담체¹⁾를 이루는 티타늄은 소재가 그리 비싸지 않지만 주촉매²⁾와 조촉매³⁾를 이루는 바나듐과 텅스텐은 재료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가격이 높은 데다가 매장량이 극히 적은 희소금속이다. 원가를 낮추는 것이 현 SCR 기술이 당면한 과제인 만큼 김홍대 선임연구원팀은 값비싼 주촉매와 조촉매 사용량을 기존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이는 방법을 고안했다. 핵심은 물질의 ‘크기’를 작게 나누는 것, 그리고 작게 쪼갠 물질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기존 마이크로 사이즈였던 물질을 나노 사이즈로 줄이고, 분산도 역시 이전보다 높임으로써 비표면적을 높이고자 했다. 이렇게 되면 기존보다 적은 양의 물질로도 활성도를 높일 수 있다. 결국 작게 나눈 물질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게 관건인 셈인데, 이를 위해 연구팀은 기존 흑연에 폭발법으로 ‘저품위 대량합성 산화그래핀’을 만들고 주촉매와 조촉매를 나노 사이즈로 고루 분산시켰다. 그래핀을 사용한 이유는 물질의 강도를 높이고 나노 사이즈 분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맑은 공기 속, 들숨과 날숨이 자유로운 세상

많은 기술이 집결된 덕분에 SCR의 효율은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기존 시장의 갈증을 시원하게 채워준 기술로 거듭난 것이다. 현재 김홍대 선임연구원팀은 ‘전주기 순환기술’이라는 이름 아래 기술 개발부터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모두 갖춘 상태다. SCR 성형부터 평가, 이후 사용한 촉매를 폐기할 것인지 계속 사용할 것인지 여부와 물질 추출 혹은 재생하는 기술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탄탄한 기술을 개발한 연구팀은 현재 국내 특허 3건과 국외 특허 1건의 등록을 마친 상태다. 학계와 업계에서 모두 인정받는 기술인 만큼 김홍대 선임연구원은 앞으로의 연구가 더 기대된다는 뜻을 비추기도 했다. 2018년에는 상용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슬쩍 내비쳤다.

2010년에 연구를 시작해 약 6년의 시간 동안 개발과 발전을 이어온 기술. 김홍대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바탕삼아 앞으로 고온과 저온에서 반응이 가능한 촉매를 개발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촉매효율은 300~350℃에서만 극대화 되는데, 그러다보니 기존에는 촉매활성을 위해 온도를 높여야 했고 이는 결국 온도를 높여줄 타 장치들을 필요로 했다. 여기서 오는 번거로움은 생각보다 컸다. 그렇기에 방대한 온도 범위에서도 촉매 효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게 김홍대 선임연구원의 바람이었다. 일명 ‘와이더 템퍼러쳐 윈도우(Wider Temperature Window) SCR 촉매’다.

개발한 기술이 고온에서 효율이 높아지는 결과를 확인했으니 이제는 저온에서의 효율을 높이는 데 치중하겠다는 김홍대 선임연구원. 고도의 기술로 더욱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그는 장기적 검증과 꾸준한 기술 개발로 연구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