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요의 설립은 196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사가 위치한 이천은 과거 조선 왕실에 진상하는 도자 기를 굽던 도요(도기를 굽는 가마)지였다. 한국전쟁 후 흩어져 있던 도공들을 불러모아 관요(관아에서 운영하던 사기 가마 및 도자기)의 유서 깊은 전통과 장인 정신을 이어받고자 광호 조소수 선생이 창립한 것이 바로 광주요다. 1991년 국내 도자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도자기업체로 자리 잡은 광주요. 그러나 언제까지나 옛 것만을 가지고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판단한 광주요 디자인연구소 김대용 소장은 변화가 시급함을 느꼈다. “기존의 매끈한 도자기들은 일반화돼서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새로운 디자인을 고민하던 중 도자기에 ‘질감’을 입혀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이왕이면 우리나라 전통의 것이면 더 좋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바로 ‘삼베의 결’을 도자기 표면에 재현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천’이라는 따뜻한 소재를 접목시켜 기존 도자기의 차가운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것도 큰 성과였지만 무엇보다 우리 민족의 전통의복인 ‘삼베’를 사용, 전통 도자기와 전통 의복의 만남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과연 이 제품이 시장성이 있는지, 타깃으로 잡은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어 느정도의 질감이 가장 적정할지,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가늠할 수 없다는 문제에 직면한 것.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장에 내놓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감성소재·부품 사업화 지원사업’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제품의 감성화를 위한 요소기술과 감성품질평가를 지원받을 수 있었어요. 생기원 신기능소재그룹 이효수 그룹장님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됐죠.”

제품에 감성을 입히다

감성소재·부품이란 인간의 오감을 자극해 사용자에게 감동과 만족감을 제공, 제품 가치를 높이는 소재 및 부품을 일컫는다. 신기능소재그룹 이효수 그룹장은 약 4년 전부터 감성소재·부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원래는 소재전공인데 평소 인간의 오감과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 부품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4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감성소재·부품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해 현재는 생기원 내 프로젝트조직인 감성소재부품연구센터의 센터장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은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면, 감성 제품은 사용자의 오감을 자극해 행복감이나 즐거움 등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합니다. 감성품질과 인간의 심리를 공학적 설계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죠.” 물론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감성’ 자체가 공학적인 지표가 없는 것은 물론 정량화하기도 어렵기 때문. 먼저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성, 시장성, 사람들의 요구를 분석해 개발아이템별 목표감성을 설정한다. 목표감성에 따라 공학적 설계 및 시제품을 만들고 개발전후에 따른 감성품질을 통계적으로 평가하여 최종적으로 인간의 오감에 만족하고 사업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요는 매끈한 도자기와 삼베결이 짙은 도자기 그리고 옅은 도자기 샘플을 준비해 색상을 공학적으로 분석하고 10대부터 60대까지 약 100여 명을 대상으로 평가과정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일반인들이 매끈한 도자기를 선호하는 반면, 셰프와 같은 전문가들은 짙은 질감의 삼베 도자기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용 소장은 “우리가 원했던 결과”라며 품질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삼베 결을 입힌 도자기는 처음부터 전문가를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미슐랭 셰프같은 특수 프로집단을 대상으로 만들었던 제품이기에 결과적으로 원하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자체적으로 만족도 조사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계가 있어요. 생기원 같은 전문연구기관의 공인된 평가 결과가 있어야 제품 개발에도 확신을 가질 수 있고, 신규 고객도 창출할 수 있죠

전통도자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

2015년 시작된 ‘감성소재·부품 사업화 지원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생기원이 협력·진행한 사업이다. 지난해 1차년도를 마무리하고, 올해 2차년도에 돌입한 가운데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하는 김대용 소장. “광주요는 예전 방식을 전승해오고 있습니다. 전통적 방식과 흐름을 이어가는 것도 좋지만,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도자기를 만들려면 광산에서 흙을 캐내어 원료를 수급해야 하는데, 점점 고갈돼가고 있다는 게 문제에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를 만들려면 원료에 대한 정확한 성분 분석과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앞으로 생기원과 함께 진행하고 싶어요.” 도자기의 경우 원료나 소재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미묘하지만 색의 변화를 가져온다. 굽는 방식이나 온도, 시간도 마찬가지다. 물론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것도 좋지만, 자연환경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시대 흐름에 맞춰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는 김대용 소장은 그렇기에 생기원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재 우리는 가스를 사용해 도자기를 굽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CO₂배출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이에 일본은 한 발 앞서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 해 도자기를 굽고 있어요. 우리 역시 이를 도입해야할 때가 머지않았습니다. R&D에 집중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생기원에 요청하고 싶은 일들이 참 많아요.” 이효수 그룹장 역시 사업 2차년도인 올해에는 요소기술 개발에 집중하고자 한다. “올해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도자기 관련 장비 개발은 물론, 도자기 분야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툴들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현재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을 일부 자동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광주요는 또다른 과제로 ‘대중성’을 꼽았다. 이미 미슐랭과 같은 세계적인 셰프들이 사용하는 세계적 도자기를 만들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보급형 개발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스타 셰프들에 대한 관심을 통해 광주요 제품을 각인시키고, 좋은 식기로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일반 대중들의 소비를 확산시켜 나가고자 한다. 도자기에 질감을 입히고 감성을 더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린 광주요. 그리고 감성부품·소재라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로 중소·중견기업의 감성 인프라 구축을 꾀하는 생기원의 노력이 앞으로 어떤 제품으로 사람들의 오감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