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자동차는 현대사회 기술 수준을 가장 잘, 그리고 빠르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기다.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하는 현대 사회 조건에 정확하게 부합해야 하는 만큼 자동차를 이루는 다양한 기술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높아지는 기술 속에서 함께 발전하는 엔진 효율.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이루는 보조 부품 기술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생기원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열처리그룹은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기 위해 거듭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자동차 기술의 바로미터, 엔진과 내부 부품

최근 자동차 기술과 성능에 대한 요구가 까다로워지면서 새롭게 출시되는 자동차의 경우 더욱 높은 연비 효율을 요구 받는다. 이는 결국 엔진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귀결, 이에 따라 자동차 부품 개발 기업은 같은 크기의 엔진에서 더 높은 출력과 효율을 이룰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뿌리산업기술연구소 열처리그룹 신승용 수석연구원은 동일한 크기의 엔진에서 보다 월등한 효율을 선보이길 원하는 기업의 니즈(Needs)를 한 데 통합, 융합적인 해결책으로 작용할 수 있는 파워셀 부품 모듈 제조기술 연구를 기획·총괄했다. 파워셀 부품 모듈이란 피스톤, 피스톤 핀, 피스톤링, 커넥팅 로드를 일컫는 용어로, 이들 부품은 내연기관 엔진에서 발생하는 연소에너지를 회전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용어만 들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자동차 원리를 생각하면 결코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엔진에서 힘이 출력되면 그 에너지에 의해 엔진 내부에서 피스톤 운동이 일어난다. 이는 피스톤에 연결된 ‘커넥팅 로드’로 전달, 에너지 형태가 변화하면서 자동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각 부품의 연결 고리와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셈이다. 파워셀 부품 모듈은 엔진을 이루는 핵심 보조 부품이기에 엔진 내부에서 이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엔진 성능과 부품 성능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내부 부품이 엔진의 높아진 출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깨지거나 부서지는 등 파손이 일어난다. 실제로 이러한 사고는 종종 일어났고,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은 이의 해결 방안을 고민해 왔다.

전통적 생산방식 탈피… 부품 효율 높아져

고민 끝에 도출된 해결책은 결국 하나, ‘부품의 고강도’다. 이를 위해 부품 제조 기업들은 피스톤, 피스톤 링, 커넥팅 로드마다 각각 개발 목표를 세웠다. 피스톤의 경우 120bar급의 경량·고강도 분말단조를, 피스톤 링은 0.8밀리미터(mm)급 저장력·박폭·저마찰 기술을, 커넥팅 로드는 1,200MPa급의 높은 강성을 가진 부품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피스톤을 만들 때는 기존 주조 방식을 탈피, 분말 방식을 이용했다. 분말 방식이란 분말로 이뤄진 금속에 열과 압력을 가해 응집력을 갖게 함으로써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과정을 일컫는다. 일정 형태로 모양을 만드는 주조 방식과 비교했을 때 이차공정이 필요 없고 복잡한 모양까지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조 과정이 워낙 까다로워 그동안 분말 방식을 현장에 적용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연구가 이를 현실화 했다. 피스톤 링의 경우 저장력(Low Friction)을 갖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마찰을 줄이는 것은 연비 향상에 필수 요소다. 마찰을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찰 면적을 줄이거나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어주거나. 이번 제품 개발에 참여한 기업은 면적을 줄이기 위해 피스톤 링 폭을 기존 1.5mm에서 0.8mm 수준으로 감소시켰고 여기에 DLC(Diamond like carbon) 코팅을 입혀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 저장력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더 멀리 볼 수 있는 모듈 단위 연구

커넥팅 로드의 경우 신합금을 개발함으로써 고강성 부품을 만들었다. 커넥팅 로드는 파워셀 모듈 부품 중 가장 큰 중량을 차지하므로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가장 심한 분야이기도 하다. 제품 개발 기업은 기존 커넥팅 로드를 이룬 철구리 합금 소재에서 탈피, 새로운 원소를 넣어 비용 상승 없이 효율을 높였다. 인장강도(Mpa)를 높여 기존 1,100Mpa 수준에서 1,200Mpa 수준까지 달성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이러한 모든 성과는 해외 선진 기업의 제품과 비교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이처럼 각 기업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최고 성능의 부품을 개발했다. 신승용 수석연구원팀은 기업의 부품들을 모듈 단위로 통합, 더욱 실질적이고 유기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했다. 개별 연구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성과를 모듈단위로 통합해 각 부품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작업은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최초로 시도되어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자동차는 기기의 특성상 각 부품이 효과적으로 연결돼야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다. 개별 부품이 아닌 모듈 단위의 통합적 시각을 갖는 일이 중요한 이유다. 이를 방증하듯 신 수석연구원팀이 진행한 부품모듈 제조기술은 기존에 목표했던 부품 각각의 수치 보다 더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까지의 연구보다 앞으로의 과제가 더 많은 부품 모듈 제조기술. 신승용 수석연구원은 소재의 지각변동이 이뤄지고 있는 해당 기술 개발의 추세 속에서 설비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 앞으로 소재와 강도에 대한 심화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